디즈니와 픽사와 함께 성장하는(나이 드는) 지구인들
어린 시절 디즈니 영화를 통해 주인공들과 함께 느끼는 기쁨과 슬픔과 용기와 혼란과 성취감과 감동을 나이가 들고 이제는 성숙하고 나이 들어가는 지금도 디즈니 영화를 보면서 그때 그 시절 느꼈던 감정들과 더불어 깨달음들도 얻어간다 말할 수 있겠다. 영화의 여운이 오랜 시간 가슴 먹먹하게 했던 지난 시절 오래된 디즈니 영화들을 꺼내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디즈니 영화는 많지만, 업의 첫 10분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칼과 엘리가 성장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유산을 견디고, 엘리가 죽을 때까지 함께 일하는 모습을 몽타주처럼 보여주는 장면은 나에게 감정적으로 큰 충격과 울림을 주었다. 그 후 업은 심술궂고 뻣뻣한 노인이 된 칼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업의 대부분은 재미있고 경쾌하지만, 엘리의 부재에 대한 그의 여전한 슬픔과 후회는 이야기 전반에 걸쳐 널리 퍼져 있으며 이러한 감정은 그가 묻어두려고 애썼던 아픔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영화를 보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세월이 지나며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무르익어가고 발효가 되고 또 더 나은 관계를 낳고 또 그 속에서 함께 성장하기도 하고 변해가기도 하며 변모하는 모습들이 우리 인생일터인데 사랑하는 이의 변화가 좋은 방향이든 그 순간 그 모습을 잃는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서글픈 일이다. 왜? 그 순간의 행복감이 영원했으면 하니까...
디즈니 픽사 Up(2009) 감동의 애니메이션
우리의 주인공 칼 프레드릭슨의 어린 시절 꿈은 파라다이스 폭포를 건넌 찰스 먼츠와 같은 모험가가 되는 것이었고, 같은 꿈을 가진 엘리를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 칼과 엘리는 처음 만난 날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두 사람의 소망은 변함이 없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노년이 되어 엘리가 세상을 떠나고 칼이 홀로 남게 되었을 때 비로소 파라다이스 행 티켓을 구입하기로 계획합니다. 엘리를 잃고 노년에 홀로 살던 칼은 함께 일하던 누군가와 폭행이슈에 휘말리게 되는 일이 계기가 되면서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안고 마침내 파라다이스 폭포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 과정에서 시끄러운 꼬마 소년 러셀, 화려하고 괴상한 새, 말하는 개를 만나게 됩니다. 시끄러운 두 동물이 귀찮아지고 위험에 처하자 칼은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하여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고 결국 평생의 소원을 이루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두고 온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칼은 빈집에서 엘리의 모험 일기를 읽으며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비행선을 타고 세계 일주를 하는 것만이 모험이 아니며, 아내와의 삶이 모험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칼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과 엘리의 모험이 담긴 사진을 넘기고, 일기장 마지막에 엘리는 "나에게 모험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요!"라고 씁니다. 이제 새로운 모험을 떠나세요!"라고 마지막 페이지에 적습니다. 무언가를 깨달은 칼은 러셀과 케빈을 구하기 위해 집안의 모든 것을 집 밖으로 던져버리고 날아가 버립니다. 벼랑 끝에서 러셀과 케빈을 구한 칼은 옛 집으로 돌아와 요양원에 들어가지만, 예전과는 달리 활기찬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영화는 구름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집이 부부가 상상했던 대로 파라다이스 폭포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으로 끝이 나게 됩니다. 특히 영화 시작과 동시에 부부의 인생을 쫙 훑어주는 그들의 결혼생활을 보여주는 파노라마 장면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명장면입니다. 사람들의 감정을 쥐락펴락 하는 픽사의 영특함은 정말 감탄할만합니다. 그리고 그 배경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마이클 지아키노의 음악은 영상 속에 오롯이 스며들어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을 파고듭니다.
Up 2009 집에 집착하는 주인공 칼 그리고 그에 대한 이해
이 파노라마 장면을 통해 극 중 주인공인 칼이 왜 그렇게도 집에 집착을 하고 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앞부분에서 미리 이 내용들을 공개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하며 답답하고 궁금한 마음을 가지기보다는 왜 이 사람이 이럴 수밖에 없는가 하며 공감하고 주인공의 감정을 보는 내내 이해하고 함께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영화를 시청하면서 이 극이 우리를 이끌어가고 진행하는 내내 벌어지는 이해가 안 될법한 일들도 이 첫 파노라마 장면으로 인하여 어느새 우리는 주인공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따라가게 만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입니다. 정든 내 고향 같은 주택단지를 떠나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들도 종종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의 삶의 역사와 추억과 경험들을 고스란히 두고 떠나야만 하고 찾아오고 싶어 찾아와도 다시는 볼 수 없는 나와 나의 소중한 인연의 흔적들. 생각만 해도 슬퍼지는데 이 영화를 통해 저 역시도 함께 뭉클하고 가슴 아팠던 것 같습니다. 사람은 어느 장소(건물)에 국한되어 살 수밖에 없고 삶을 살아가는 동안 그 장소는 손때 묻고 추억이 묻는 귀한 기억의 저장소가 됩니다. 내가 돌아가고 싶을 때 최소한 돌아가 추억을 되돌려 생각할 수만 있다면 최소한의 양보를 할 수 있을 텐데요 송두리째 없어진다는 것은 더없이 슬픈 일이 될 것입니다.